동남아 지역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전체 인구에서 젊은 세대 비율이 높고 해당 세대 모바일 의존 경향이 큰 탓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등 5개 국가 인터넷 사용자만 모아도 2019년 기준 3억6000만명에 달한다.

싱가포르 투자 회사 테마섹홀딩스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동남아 지역 인터넷 경제 규모는 2025년까지 3000억달러(353조5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향후 5년간 200% 고성장을 이룬다는 평가다. 치열한 경쟁을 펼쳐지는 레드오션(한국)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는 소기업에 동남아만큼 좋은 환경은 없어 보인다.

블루오션인 동남아 시장에 누구나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지 특수 환경으로 인한 장벽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라별 언어가 다양하다. 싱가포르만 해도 영어와 중국어 등 다수 언어가 사용된다. 그 밖에 현금 결제 비율이 압도적이다. 후불 결제 문화가 자리 잡은 점 역시 독특한 이커머스 환경을 구성한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동남아 현지에서 오직 이커머스로 성공 사례를 거둔 곳이 있다. 한국 소기업인 에이빌코리아의 천연 화장품 브랜드 ‘네시픽'이다. 네시픽은 동남아 현지에서 ‘애드테크(Adtech)’라는 새로운 활로로 사업 기회를 찾았다. 광고에 IT 기술을 녹인 신생 마케팅 방식이다.

네시픽은 별도의 현지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자체 기술로 애드테크에 접근하지 않았다. 페이스북과 이커머스 플랫폼인 쇼피까지 함께 한 3자 파트너십으로 기회를 얻었다. 2019년 7월 한국 기업 최초로 동남아 현지에서 애드테크 기반 협력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네시픽은 쇼피가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제품 정보를 올렸다. 페이스북은 쇼피에 올라온 제품 정보를 바탕으로 동남아 페이스북 사용자에 광고를 노출했다. 광고 노출은 아무나가 아니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계학습(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구매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지 소비자만 타깃으로 했다.

특히 페이스북은 현지 데이터 없이도 구매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 소비자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애드테크 효율을 높였다. 한국에서 보이는 제품 구매 패턴을 파악해 동남아에서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현지 소비자를 중심으로 마케팅한 것이 성공 열쇠가 됐다.

해당 사업을 총괄한 김진우 에이빌코리아 글로벌사업팀장은 "2년 전부터 동남아 시장에 문을 두드리려 했지만 현지 뷰티 박람회에 참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현장에서 바이어와 접촉할 뿐 소비자에 직접 다가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방식으로만 마케팅했다면 지금보다 배 이상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에이빌코리아에 따르면 네시픽은 협력 광고 프로젝트 진행 3개월 후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를 얻었다. 프로젝트 전과 비교해 하루 평균 주문량이 443% 증가했다. 하루 평균 매출은 691%나 올랐다.

김진우 팀장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결과는 예상치 못했다"며 "2019년 초와 비교해 지금은 10배 정도 회사가 성장했다"고 말했다.

네시픽은 본래 한 달만 협력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했다. 성과가 워낙 뚜렷해 지금까지 광고를 이어오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 효과로 애드테크를 지속 이용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김 팀장은 "가장 반응이 좋은 인도네시아 시장은 해당 지역 협력 광고비가 한 달 기준 한국 대비 91%나 저렴하다"며 "1인당 유입 비용인 CPA(Cost Per Acquisition)도 한국 대비 73%가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광고 대비 거래액인 로아스(ROAS)는 429%나 더 높다"며 "로아스 수치는 꾸준히 증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에이빌코리아는 현재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베트남 등지로 동남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향후 러시아와 미국, 유럽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출처 :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0/2020021002491.html